2024. 11. 17. 21:30ㆍ이런저런 이야기/회색인간 탈피법
나는 캐나다에서 15년째 회색인간으로 살고 있는 회색인간이다.
7년간 노인복지사로 일을 하다가..
사람들 특히 여성 직원분들의 모진 태움을 견디다 못해 사표를 쓰고 나왔다.
< 참고로 복지시설은 100명이 일을 한다고 쳤을 때 한두 명 만이 남자직원이다.>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시도도 여러 번 하였다.
그 이후 청소, 식당주방, 슈퍼마켓, 공사판까지 도전하였지만
3개월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나 혼자 살면 별로 대수롭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고마운 아내와 갓난아이 포함 세명의 토끼 같은 어린 딸들이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고 정착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나의 모습에 아내는 점점 지쳐갔고
독박육아와 스트레스가 겹쳐 원인 모를 병으로 입원신세까지 지게 되었다.
점점 모두가 피폐해져 가는 삶..
아이들은 엄마를 매일 같이 그리워하고 언제 집에 올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나 또한 또다시 죽고 싶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를 학교에 쑤셔 넣고 무뇌증처럼 집에 있는데
덜컥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번쩍 크게 뜨고 문을 바라보니 아내가 돌아왔다.
붇받이는 고마움에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입원했던 병원에서 집으로 가라고 했단다.
아팠다 돌아와서 그런지 기운 없고 말수가 적은 아내..
아무튼 기쁜 마음으로 둘째와 셋째를 두고 첫째를 데리러 갔다.
첫째는 나를 보자마자 " 엄마 집에 왔지" 하고 말했다.
캐나다는 법적으로 아이들만 집에 두고 올 수가 없기에 똑똑한 첫째는
바로 엄마가 돌아온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렇게 아이의 손을 잡고 신나게 집으로 갔다.
첫째의 감격한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집에 들어가니 아내와 아이는 서로 꼭 안았다.
아내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 딸에게 엄마가 할 말이 있어.. 엄마는 이 집을 떠나서 혼자 살 거야."
"아직은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크면 엄마를 이해할 거야.."
"나는 우리 축복이가 혼자 씩씩하게 잘 해낼 거라고 믿어."
첫째 축복이는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 또한 퇴원파티를 하려는 마음으로 왔다가 초상집이 된 기분이었다.
아내가 떠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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