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2025. 3. 21. 00:03ㆍ이런저런 이야기
오늘은 폭싹 속았수다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때,
봄이 봄인걸 알았더라면
까짓 거
더 찐하게 좀 살아볼걸
그래도 하루 벌면 하루 살 수 있었는데
그 하루가 참..
치사하네.
손에나 속에나
굳은살이 절로 베기는 줄 알았는데
난 그냥 다 뜨거워.
맨날 데도
맨날 아파
나 집 처음 가져봐.
그놈의 집.
뭔 놈의 구쟁이도 개딱지도 다 지 집이 있는데
맨날 나만..
나만 집 없어
사람 인상이
진짜
인생 따라가나 봐요
애순아.
우리 그만 울자.
애미, 애비가 자꾸 울면
애들 그늘져.
자꾸 눈치 봐.
여름의 두 얼굴에
내 어린 부모는
속절없이 쓰러졌다.
태풍에 쓰러진 풀처럼
그렇게 눕고
또 일어났다.
같이 가라 같이 가.
같이 가면 백 리 길도 십리 된다.
그들은 매일 바랬다.
품 밖의 세상이 보드랍기를
보드랍기를.
그러나 품 밖의 세상은
정글이었다.
가난한 엄마에게 화가 났다.
나 때문인 줄 알아서 화가 났다.
부모는 모른다.
자식 가슴에 옹이가 생기는 순간을.
알기만 하면 다 막아줄 터라
신이 모르게 하신다.
옹이 없이 크는 나무는 없다고
모르게 하고
자식의 옹이가 아비 가슴엔
구멍이 될 걸 알아서
쉬쉬 하게 한다.
덕 쌓고 살아라,
덕 쌓고.
부모 덕도 고대로
업도 고대로 간다잉.
엄마는 시커먼 담벼락 밑에서도
기어코 해를 찾아 고개를 드는
풀꽃 같았다.
기어코 빛을 찾아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수도꼭지는 한결같이 졸졸졸
성실하기만 했고
새는 구멍은 콸콸콸이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땐
연애편지 쓰듯 했다.
한 자 한 자 배려하고
공들였다.
남은 한 번만 잘해줘도
세상에 없는 은인이 된다.
그런데,
백만 번 고마운 은인에겐
낙서장 대하듯 했다.
말도 마음도 고르지 않고 튀어나왔다.
착한 어미가
착한 딸을 낳아
서로를 내내 애틋해하고
속상해하게 했다.
엄마의 꿈이 나에게로 와
아주 무겁고
아주 뜨겁게
기어이 날개 소리를 냈다.
오늘은 폭싹 속았수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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